
가을이 온 줄 알았다...
그래서 좋아했었는데...
시원해지고 하늘은 푸르러지고
고기는 잘 나올 거 같았고...
한데 다시 더워졌다... 여름처럼...
반갑지 않은 가을 더위 속에
엄지아빠와 오랜만에 태안 비박 낚시를 갔다
요 근래 태풍들이 많이 올라와
제대로 낚시를 못 갔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좋은 날씨의 주말을 얻었다~^^



새벽녘 태안 시내에 작은 분식점에서
출출한 속을 라면에 김밥으로 달래줬다
김밥과 라면만 파는 집이었는데
그 두가지 메뉴만 파는 게 인상 깊었다




널찍하고 평평한 마당바위 위에 텐트를 치고
끝날물로 치닫는 포인트에 농어 사냥을 위해
자리 잡고 탐색을 해보았다
조류도 나름 괜찮고 물색도 좋은데
바다가 너무 장판이라 그런가?...
농어는 반응이 전혀 오질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몇 번 던져보고 농어 반응이 없으면
바로 바닥권 공략에 들어간다


해초 사이에서 톡톡거리는 놀래미 입질에
씨알 좋은 놀래미들이 올라와준다
그러던 중 낯익은 입질이 들어온다
'떵~'
"광어다~"
그런데 이놈 생각보다 힘을 무지 쓴다
사이즈가 보통 이상임을 직감하고
드렉 조절을 후딱 해준 후 살살 달래면서
물 위로 띄워 올려보니 사이즈 실한 광어였다
트레블 훅을 제거하고 어시훅을 달아준 메탈이라
털리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파도에 태워
갯바위로 안착시켰다
뜰채를 가져갔으나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지러 갈 수가 없어 어시스트 훅의 안정적
후킹력을 믿고 갯바위로 들어 올렸다
'62cm 광어'
요즘 트레블 훅의 못 미더움에
가지고 있는 메탈의 트레블 훅을 다 제거하고
어시스트 훅을 달아서 사용하는데
역시~어시스트 훅~믿을만해~^^
잠시 후 5짜 광어 한 마리가 더 나와준다
날은 더워졌어도 가을이긴 가을인가 보다
광어가 나와주는 거 보니
기나긴 더위와 많았던 태풍들을 지나
가을속으로 들어왔구나...



테라는 휴식입니다~
물은 이제 들물로 바뀌어 초들 이 지나니
물이 계곡물처럼 콸콸 흐른다
해는 점점 뜨거워지고 물빨은 쎄니
그늘에 앉아 시원한 캔맥한잔을 안 할 수가 없다



엄지아빠는 회를 뜨고 나는 부대찌개 라면을 끓여
점심 준비를 한다
이날이 엄지아빠의 첫 회 집도의 날이었다
첫 회 뜨기였는데 엄청 잘 떴다는 거 ㅎㅎㅎ
오랫동안 같이 낚시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잘 배운듯하다 ^^
엄지아빠의 느릿한 회 뜨기로 자연스레
오늘 점심은 슬로푸드가 되었지만
비박이라는 여유로움 때문에 슬로푸드마저
갯바위에서의 여유로움을 한층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준듯하다


분식점에서 사온 김밥 한 줄로
회김밥을 만들어 보았다
오래간만에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광어는 회김밥에 올리고 엄지아빠가 잡은 우럭은
쫄깃한 맛을 그대로 살려 회로 먹었다
보통 때는 잘 안 챙겨가던 깻잎, 마늘까지
오늘은 챙겨와서 먹으니 아후~진짜~ㅎㅎㅎ
역시 회에는 마늘이랑 깻잎이야~
거기에 이슬이 한 잔~
그리곤 텐트로 가서 오침에 들어갔다
꿀 잠 속으로~

자다 깨어보니 해가 벌써 수평선 위에 걸쳐있었다
저녁 피딩 타임을 보기 위해 빠져나가는 물을 따라
집어등을 들고 포인트로 내려갔다

55W 짜리 집어등~
성능 짱이다~
저 멀리에는 오징어 배인지 초저녁부터 나와서
집어등을 키고 어업 준비를 하고 있는듯 하다
우리도 집어등을 키고 낚시 준비를 하니
얼마 안 돼 학꽁치 때 가 몰려든다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는 되었는데
학꽁치들 사이즈가 많이 실해졌다

35 정도 되는 우럭이 나와준다
그 뒤로 3짜 정도 되는 우럭이 또 나와주더니
애럭들과 돌우럭이 나와주고
그리곤 입질이 뚝 끊어져 버렸다
엄지아빠한테 저녁 메뉴는 우럭구이라고 했는데
우럭이 나와줘서 다행이다 ㅎㅎㅎ

면꽝만족~
둬 마리 잡으면 또다시 전투력 저하~
먹을 거 생기면 입질도 없고 하니
그냥 바로 힐링 타임으로 들어가 버린다~^^
잠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멍 때리다 보니
시간이 벌써 자정으로 다가간다
"밥 묵자~~~!!!"




저녁 메뉴는 얼큰 부대찌개와 우럭구이~
지난번 비박 때 먹었던 찌개는
김치를 마트에서 사간 거라 맛이 나질 않았는데
이번엔 우리 집 김치를 가져갔더니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집에서 챙겨간 허브 후추를 뿌려
풍미를 더욱 살려준 우럭구이는
태안 바닷가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
서산마늘을 함께 넣어 구워주니 최고다
마늘은 역시 서산마늘~
그렇게~좋은 안줏감으로
또다시 이슬이 한 병이 비워졌다...
쏘주 막잔을 마시며 올려다본 하늘의 별이
아른아른한 게 날이 흐려서인지
내 눈의 눈꺼풀이 덮혀져서인지 모르게
텐트 안으로 들어가 오붓이 누워 잠이 들었다
찌르르~찌르르~울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동이 틀 무렵 텐트 가까이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에 눈을 뜨고 철수 준비를 했다
쓰레기는 오롯이 모아 들고 나와
바닷가에 편의점에 가서 종량봉투 하나를 사서
거기에 담으니 편의점 사장님이 되려 고맙다고 하신다
편의점 앞에 두고 가라 하신다~^^
단돈 몇백 원이면
모두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을...
우리가 머물렀던 갯바위엔 오로지
우리들의 힐링의 추억만이 남겨졌다~

복귀 길에 들른 서산 쌈밥집~
요 근래 엄지아빠가 못 먹어봐서
아침밥을 여기서 해결했다
변함없는 맛~그리고 감칠맛 나는 서산마늘~
최고다~!!!
Good Luck~!!!
[출처 : 네이버 블로그 - marl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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